문제적 콘텍스트의 이해

마지막 편을 올리면서 오늘 내일 중으로 후기를 쓰겠다 말씀은 드렸는데 정말 쓰고 싶지가 않아서 이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많이 아쉽고 마음이 소란해요. 하지만 이 여운의 온도가 채 식기 전에 후기를 써야지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가감없이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동안 문콘이를 쓰고, 퇴고하고, 올리고, 사진과 배...

12차시. 종강

BGM경제환 - 비행기Listen in Browser 이다림이 돌아왔다. 출국과 마찬가지로 기습 같은 귀국은 내가 마지막 시험을 치르고 다다음 날의 일이었다. 창밖엔 농익은 여름이 뚝뚝 떨어지고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오후. 도착한 메시지에는 활기와 치기가 뒤섞여 있었다. 기평화 나 지금 한국 간다! 나는 이마를 짚었다. 충동적이고 우발적인 행태에 기가 막혔...

11차시. 와해, 해제解題, 귀결

BGM함병선 - 그래도 서로를 안았다 (1)Listen in Browser 길어진 해가 끈질기게 오후를 붙잡아두고 있다. 저녁 피크 타임을 지난 카페는 손님이 몇 없어 한산하다. 함께 창고 재고 정리를 하는 동안 나재민은 내내 내 눈치를 살폈다. 걱정하고 있단 걸 알았으나 괜찮다는 말이 나오질 않았으므로 나는 그냥 침묵했다. 먹먹한 적막 속에서 시간은 잘만...

10차시. 평화 테제

BGM김사월 - 엉엉김사월 - 사바스Listen in Browser AM 11:36 인문관에 들어섰다. 시험장은 4층이었고, 엘리베이터는 7층에 멈춰 있었다. 버튼을 연타했다. 7에서 6으로 떨어진 숫자가 한동안 멈추었다. 초조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부질없는 짓인 줄 알면서도 버튼을 더 눌렀다. 6에서 5가 된 숫자가 다시 한 번 머물렀다. 조바심이 났다....

9차시. 평화의 맹점

BGMH.E.R. - ComfortableListen in Browser 양면성은 세계를 관통하는 하나의 진리다. 만물에는 뒷면이 있다. 장점과 단점은 공존한다. 과시는 결핍의 방증이다. 빛이 있어야 그림자도 있다. 밤이 와야만 아침도 온다. 삶과 죽음은 분리될 수 없다. 꽃은 져야만 다시 핀다. 올라가야만 떨어질 수 있다. 움직이고 있어야만 멈출 수 있다...

8차시. 행복의 실재

표지 주신 익명님 정말 감사합니다 (ू•ᴗ•ू❁) BGM구원찬 - 슬퍼하지 마Listen in Browser 여름은 절정을 향해 가고, 학기는 결말을 향해 간다. 걷기만 해도 땀이 스미는 계절이다. 온도와 습도가 나란히 상승 곡선을 그린다. 휴대용 냉방 기구를 들고 다니는 사람을 목격하는 빈도가 잦아진다. 지나치는 사람들마다 태양볕에 벌겋게 익은 얼굴들을 ...

7차시. 행복의 이론

BGM나이트오프 - 잠Listen in Browser 이동혁은 아주 오랫동안 망설였다. 여름밤의 질떡 녹아 축축하고 끈적거리는 공기. 텅 비었지만 가득 찬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대기. 숨을 틀어막는 습기. 새벽 특유의 새파란 분위기. 까만 밤하늘. 아로박혀 비틀거리는 별들. 추호도 시원하지 않은 바람. 일렁이는 나뭇잎. 바스락거리는 가로등 밑 쓰레기봉투...

6차시. 자가당착의 구조

trigger warning수위가 미약하지만보기 불편한 장면이 나올 수 있습니다.폭행, 욕설, 추행 BGM브로콜리너마저 - 잊어버리고 싶어요브로콜리너마저 - 잊어야 할 일은 잊어요Listen in Browser 여름은 생명이 창궐하고, 그 때문에 시체가 즐비한 계절이다. 길바닥에서 매미 시체를 보았다. 다리를 오므리고 배를 뒤집어까고 나동그라진 벌레의 텅 ...

5차시. 침묵의 문법

BGM이 번갈아가며 나옵니다. BGM9와 숫자들 - 창세기윤지영 - Blue BirdListen in Browser 꿈은 낡은 기억의 상영관으로써 기능한다. 이것은 중학교 2학년, 혹은 그보다 어릴 적의 장면이다. 나는 병원 2인실 창가 침대에 누워 있었다. 곁의 침대는 공석이었다. 이불도 시트도 없이 놓여 있는 침대는 황량하고 쓸쓸하게 보였다. 병실이 가...

4차시. 기억 표상 (2)

BGM서울전자음악단 - 꿈이라면 좋을까요Listen in Browser 어떤 기억은 사람을 살고 싶게 하고, 또 동시에 죽고 싶게 만든다. 내게도 그런 기억들이 몇 개 있다. 모든 걸 포기한 채 아무도 없는 방 안에 드러누워 시시각각 낡아가는 나를 찾아와 울던 이다림이 그랬다. 너를 위해서가 아니야. 나를 위해서 이러지 마. 나를 가장 친한 친구가 죽어버린...

3차시. 기억 표상 (1)

표지 주신 익명님 정말 감사합니다 (ू•ᴗ•ू❁) BGMVoy - Ever EverListen in Browser 정수리를 쪼는 명료한 햇살이 무덥다. 날들은 무차별적으로 지난다. 어느덧 최고 기온이 20도를 훌쩍 돌파했다. 긴팔 티셔츠를 입고 서 있기엔 퍽 후텁지근하다. 알게 모르게 관절들 사이로 훗훗한 기운이 스몄다. 보도블럭에 뜨끈하게 열이 올랐다. ...

2차시. 동기, 의도, 해석

BGMSummer Salt - Full CatastropheListen in Browser 나는 이동혁을 아주 빠르게 잊었다. 맹렬했던 첫만남의 모서리는 금세 닳아졌다. 한여름 매미소리처럼 치열하게 솟아나던 호기심이 무색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나의 하루는 몹시 짧고, 할 일은 산더미처럼 많았으므로. 기평화의 인생은 마치 패치 잘 되는 게임과 같아서, 나를...